롯데 자이언츠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일까? 개막 3연승을 포함해 kt-LG-두산과 펼친 세 번의 시리즈에서 5 1패를 기록하며 잘 나가던 롯데의 행보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향하던 우려의 시선을 기대와 희망으로 바꾼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롯데는 삼성과의 주중 3연전에서 스윕을 당했다. 특히 9일 경기는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9회에 등판한 마무리 김승회가 블론 세이브를 범하며 패했기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래도 그 세 번의 패배는 봐줄 만했다. 일방적으로 패한 경기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가 접전이었고, 3연전을 치르는 동안 롯데 야수들은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벌어진 한화와의 시리즈에서 롯데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저질 경기를 두 경기 연달아 보여주고 말았다. 이틀 동안 부산에서는 팬들의 한숨과 탄식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10일 경기는 3연패를 끊어야 하는 롯데 입장에서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롯데 선수들은 그 중요한 경기에서 어이 없는 실책과 집중력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멸하고 말았다. 심지어 6점 차 상황에서까지 번트를 지시하며 승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이종운 감독마저도 9회의 위기 상황에선 냉정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대기만 했다.

롯데는 수비에서의 어설픈 모습 때문에 선취점을 내줬다. 2회 초 한화의 선두 타자 김태균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이후 이성열의 타구는 1,2루 간을 향하는 땅볼. 적어도 타자 주자는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2루수 정훈이 타구를 정확히 포구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는 내야안타로 기록됐지만, 아쉬움이 남는 플레이였다.

계속된 무사 1,3루 상황에서 땅볼 타구를 잡은 황재균이 홈 승부를 택했고, 타이밍상 아웃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포수 강민호가 송구를 놓치면서 다소 어이없게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기록은 황재균의 송구 실책,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강민호의 확실한 포구가 아쉽게 느껴졌다.

두 번째 실점도 실책 때문이었다. 이어진 1 2,3루 상황에서 유격수 쪽으로 땅볼 타구가 날아왔다. 침착하게 잡았다면 또 한 번의 홈승부를 노려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격수 오승택이 그 공을 흘리고 말았다. 김태균 이후의 한화 타자들은 주구장창 땅볼만 때리고도 롯데 야수들의 도움 속에 2점을 얻었다.

어수선함 속에 끌려갈 것 같던 경기는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터지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롯데는 4회 말 터진 정훈의 3점 홈런으로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5회 말에는 한화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해준 덕에 5점이란 점수를 더했다. 8-2의 스코어. 이대로 경기를 이겼다면, 앞서 나왔던 실수를 잊고 기분 좋은 승리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8-3의 스코어로 맞이한 9회 초., 경기를 끝내기 위해 등판한 이명우가 선두타자의 타구에 다리를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가면서부터 시합의 흐름이 달라졌다. 롯데 불펜에는 준비된 투수가 없었고, 한화는 9회에만 안타 6개를 몰아치며 5득점,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다.

외야수들의 송구는 매번 홈 플레이트를 크게 벗어났고, 쉽게 이기겠거니 생각하고 불펜을 준비시키지 않은 이종운 감독의 안이함도 한몫 했다. 야수들의 실책 속에서도 5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며 1,340일만에 승리투수가 될 수도 있었던 심수창의 승리는 그렇게 꿈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연장으로 돌입한 이 경기는 양팀이 연장 12회 초 김태균의 솔로 홈런과 연장 12회 말 장성우의 끝내기 투런 홈런을 주고 받으면서 결국 롯데가 이겼다. 하지만 이 경기의 결과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이 드라마 같은 한 편의 승부에 명품이나 웰메이드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툭 까놓고 말해 이 경기는 높아진 야구팬들의 눈 높이를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막장 드라마나 다름 없었다.

이겼다고 기뻐하기엔 너무나 많은 상처가 남은 경기. 승리의 달콤함을 느끼기에 앞서 실수를 돌이켜보며 반성부터 해야 할 경기였다. 그리고 이 경기를 통해 반성한 팀승리에 도취된 팀의 차이는 다음날인 11일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11일 경기의 한화 선발은 안영면이었다. 그는 지난 LG와의 주중 3연전에 모두 등판해 합계 3이닝 동안 50구를 던진 투수다. 김성근 감독이니까 가능한 투수운용일 뿐, 현대 야구의 상식에서 고작 하루 쉬고 선발로 등판하는 안영명의 컨디션이 100%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그런데 정작 롯데 타자들은 11일 경기에서 안영명의 공을 제대로 건드려보지도 못했다. 안영명은 6회까지 85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실점(비자책)의 호투를 펼쳤고, 경기는 한화가 4-1로 이겼다. 전날 경기에서 패한 한화 선수들은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롯데는 또 다시 무려 4개의 실책을 남발하며 팬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이틀 동안 7개의 실책을 범하는 팀. 아이러니하게도 그 두 경기 모두 해당 경기의 최고 수비를 선정하는 <ADT캡스플레이>는 모두 롯데 선수들이 뽑혔다.

4 10일 중견수 하준호의 <ADT캡스플레이>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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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루수 정훈의 <ADT캡스플레이> 바로 보기

어쩌면 롯데가 11일 경기에서 패한 건 전날 펼쳐진 말도 안 되는 경기를 이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연 롯데 선수들은 10일 경기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또 느꼈을까? 10일 경기 후 김성근 감독에게 크게 혼이 났다는 정범모는 11일 경기에서 공수에 걸친 활약으로 팀 승리에 디딤돌 역할을 한 반면, 롯데 야수들은 전날보다 하나 더 많은 실책을 하면서 마운드 위의 송승준을 외롭게 만들었다.

어떤 팀이든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런 경기를 한두 번씩은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경기를 자주 연출하거나, 아니면 이번처럼 이틀 연속 자멸하는 모습을 보이는 팀은 강팀이 될 수 없다. 간신히 생겨나기 시작했던 팬들의 기대를 무참히 져버렸다는 점에서 롯데의 지난 두 경기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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